세상 모든 것에는 뒷모습이 있다.
뒷모습은 동물이나 식물처럼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바위, 산, 강물에도 있다. 뒷모습은 선하다.
뒷모습은 꾸밈이 없고 속임수도 없다.
앞모습이 날카롭고 대결이라면 뒷모습은 허용적이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고 따스하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얼마나 이 뒷모습을 사랑했던가.
내가 쓴 시 <풀꽃>의 마지막 행 “너도 그렇다” 부분도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떠올린 문장이다.
젊은 교사 시절 꾸중을 듣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나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쳤던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가.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이중적이다.
옛 어른들은 아이가 잘못했을 때 화가 나면 그 자리에서 손이나 몸으로 체벌하지 않으셨다. 가서 벽장 위에 있는 매를 가져오라고 하거나,
밖으로 나가 울타리 가에서 회초리 하나 꺾어오라고 하셨다.
그건 다 지혜에서 나온 행동이다.
아이가 매를 가져오거나 회초리를 꺾어오는 동안 어른은 화를 삭일 시간을 얻고
아이도 제 잘못을 스스로 반성할 시간을 얻을 게 아닌가.
회초리를 꺾으러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는 어른은
이미 아이의 뒷모습에서 안쓰러움과 측은함을 충분히 느낄 것이다.
그래서 깨질 것 같던 마음의 판이 다시금 엉겨 붙으며 평정을 찾게 되는 것이리라.
힘들고 지치고 어려울 때 누군가가 내 뒷모습을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더구나 그의 눈가에 촉촉한 물기가 맺혀 있다고 생각하면,
흔들리는 두 다리는 충분히 새로운 힘을 되찾고
우리는 다시금 살아갈 용기를 얻지 않을까.
당신의 뒷모습을 아끼자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뒷모습을 사랑하자.
*나태주의 인생수업, <좋아하기 때문에>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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