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225화 말에 찔린 상처가 예쁜 말의 씨앗이 되기도
그대아침
2025.02.25
조회 244
'전송' 버튼을 누르려다 머뭇거린다.
'내가 이 말을 해도 될까?' 하는 생각에 결국 채워진 글자들을 지우고 만다.
말 한마디를 앞에 두고 수십 가지의 생각을 덧붙인다.
오늘도 나는 말을 하려다 삼키고, 글을 썼다가 지운다. 
삶의 경험이 늘어날수록 말 한마디를 무기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을 목격한 횟수가 쌓여갔다.
내가 한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었겠구나 하고 생각한 건 
내가 그 말들에 상처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하고 싶은 말을 참아서 미래에 생길 상처를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면
차라리 말을 삼키는 게 낫다는 사실을 몸서리치게 통감했다.
상처를 받기 싫은 만큼 상처를 주는 것도 싫어진 것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무척 좋아한다.
해가 저물 무렵, 집집마다 밥 짓는 냄새를 풍기며 골목에서 놀고 있을 아들딸을
목청껏 부르는 풍경이 이제는 한 시대를 추억하는 드라마가 되었다.
추억 속 이들이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선
소리 내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거나 손이 아프도록 꾹꾹 눌러 편지를 써야만 했다.
말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낮이 밤이 되어 가도록
누군가의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 하나를 전하기 위해
한 달 내내 친구들과 계획을 짠 후 편지를 
주고 돌아서는 그 길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낡은 기억 속 좋아했던 
이름 모를 누군가의 얼굴이 또렷이 기억이 나는 건 그때의 귀한 마음을 
어렵게 전해서가 아닐까.

나에게 친구는 물었다.
"우리는 왜 자꾸 이 드라마만 보면 푹 빠져서 보게 되는 거지? 
심지어 볼 때마다 울컥해.”
나는 답했다. “따뜻해지잖아.”
우리가 계속해서 따뜻하고 울컥하는 것들을 찾는 이유는
말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차가워진 세상이라 본능적으로 마음을 데우는 것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썼다가 지운다. 말하려다 삼킨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를 말을 내뱉기보단 차라리 말을 아끼기로 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말을 따뜻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말을 제때 잘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현진의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지나가기>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