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303월 눈높이를 낮추면 행복의 빈도수는 많아지고
그대아침
2025.03.03
조회 206
택배를 뜯어 물건을 정리해 놓고 곧장 앱을 켠다. '구매 확정 완료'를 위해서다. 
수취 확인은 빠를수록 좋다. 판매자의 대금 정산을 위해서도, 
나의 적립금을 위해서도. 같은 이유에서 '리뷰를 작성하시겠어요?' 질문에도 
바로 '리뷰 쓰기'를 택한다. '상품은 만족하셨나요?' 네. 별일 없으면 별 5개다. 
'어떤 점이 좋았나요?'라는 질문에는 후기 작성 기준이 되는 
10자 이상만 채우자는 생각으로 '잘 받았습니다, 또 구매할게요' 정도만 적는다. 
상품이 아주아주 마음에 들거나, 반대로 아주아주 마음에 들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늘 같은 루틴이다.

다행히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만 있진 않아서, 
리뷰에 정성을 다하는 이들이 많다. 
가끔 도전이 필요한 쇼핑에 이들의 리뷰는 큰 도움이 된다. 
또 반대 의미에서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만 있진 않아서, 
'상품 좋네요, 또 구매할게요' 해놓고는 별점을 3개만 주는 사람도 있다. 
나의 5개와 너의 5개는 어떻게 다른가. 
'성에 찬다'는 말은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전제로 하는가. 
'참 잘했어요'라는 말은 얼마나 잘했다는 말일까. 
흰색과 검정색 사이 무수히 많은 회색 가운데 
얼마나 희고 얼마나 검어야 밝다, 어둡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그 기준은 어디에서 왔을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기억하고 싶은 장면과 대사가 많은데, 
가끔은 포레스트처럼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포레스트에게는 삶이 늘 '별 5개'니까. 
베트남전에서 총을 맞아도, 제니가 히피 애인을 더 사랑해도, 
어머니가 떠나도, 태어난 이상 달려야 한다는 삶의 의미를 깨우친 이상 
포레스트는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할 때는, 포레스트의 기준을 가져다 쓴다. 
손쉽게 꿈을 이루고, 손쉽게 행복을 느끼는 방법이다. 
사흘이 멀다 하고 맞닥뜨리는 주문과 배송과 구매 결정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덜 고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하고, 
만날 일 없는 판매자에게 도움이 되는 이타적 행동이 되기도 하니까. 
재산상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별 5개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시선을 낮추고 싶다.

*임승주의 <기꺼이 헤매는 마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