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307금 세상이란 유실물센터에서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
그대아침
20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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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문이 닫힐 무렵 맞은편에서 졸고 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내렸다.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얼른 빈자리에 앉았는데 자리가 불편했는지
엉덩이
밑으로 쑥, 손을 밀어 넣더니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방금 내린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작은 USB였다.
사내는 난감해했다. 물건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좌우를 둘러보지만
이미
그 물건의 주인은 내리고 없었다.
USB는 순식간에 유실물이 되고 만 것이다.


어떤 이별은 저렇게도 온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저토록 갑자기 찾아온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이별 앞에 남은 자는 언제나 유실된 물건처럼 무력해진다.
내가 잃어버린 이름들을 생각했다. 남자가 놓고 내린 물건처럼
나도 모르게 삶의 어느 정거장에서 누군가를 잃고 그의 이름마저 잊어버린 적은 없었는지 

나 역시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얼마나 많이 버려지고, 지워진 이름이 되었는지.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기억에서
한 번쯤 지워진 적이 있는 유실된 존재들은 아닐까.
그래서 어쩌면 이 세상은 커다란 유실물 센터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유실된 존재들처럼 외로워 보이지만
곳곳에서 새로운 짝을
만나 행복을 찾으려 애쓰는.

남자가 흘리고 간 USB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남자는 저걸 잃고 어떤 실의에
빠져 있을까.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내의 손엔 아직 USB가 들려 있고 

나는 사내가 그 유실된 물건을 역무실로 가져다주길 바랐다.
그리하여 이 길 끝 어디에 있을 유실물 센터에서
USB는 저를 간절하게
찾아 헤매는 남자를 만났으면 했다.
잃은 자들의 도시에서 모든 유실된 것들은 다시 짝을 만나야 한다고
나는, 빌었다. 

*서영식의 <흔들리는 날에 흔들리는 나를>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