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314금 쌀에 아무리 돌이 많아도 쌀보다 더 많지 않아
그대아침
2025.03.14
조회 237
 <별밥>

 하늘의 우물에는 별이 많다
 어머니가 우물가에 앉아 쌀을 씻으시면서 
 쌀에 아무리 돌이 많아도 쌀보다 더 많지 않다
 물끄러미 어린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지만
 나의 우물 속에는 언제나 쌀보다 별이 더 많았다
 지금도 나는 배가 고프면
 하늘의 우물 속에 깊게 두레박을 내리고
 별을 가득 길어 밥을 해 먹는다 
 가끔 구름도 섞어 별밥을 해 먹고
 그리운 어머니를 찾아 길을 떠난다

요즘은 밥을 할 때 쌀에서 돌을 골라내는 사람은 없다.
소비자의 손에 주어진 쌀은 이미 깨끗하게 정제된 것이기에
잘 씻어 밥솥에 안치기만 하면 된다. 밥을 먹다가 우두둑돌을 씹는 일도 거의 없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가을에 벤 벼를 마른 논바닥에서 말리고
흙마당에서 탈곡하는 과정에서 모래흙이 섞여 들어가기 때문에 쌀을 꼭 일어서 밥을 안쳤다.
그러지 않으면 밥을 먹다가 돌을 씹어 먹던 밥을 뱉기 일쑤였다. 

내 삶에 쌀보다 돌이 더 많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내 삶이라는 쌀로 밥을 지으면 꼭 돌밥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불행과 고통이라는 돌이 행복과 기쁨이라는 쌀보다 더 많다고
내 인생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문득 햇살이 눈부신 양재천 둑길을 걷던 생각이 난다.
지난봄에 둑길엔 제비꽃, 붓꽃, 애기똥풀이 지천이더니
여름이 오자 하얀 개망초와 노란 원추리와 범부채가 한창이었다.
'이렇게 어여쁘게 피어난 꽃들에게는 지난날 아무 일도 없었을까'
양지바른 둑길에 핀 어여쁜 꽃들도 혹한과 폭풍을 견뎌낸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고통은 인간적인 것이다. 고통이 없으면 인간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
그날 나는 꽃들에게 이렇게 속삭이었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