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예를 들면 살면서 떡볶이를 먹은 최초의 기억이라든가,
최초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그 기억이 '첫'이라는 말뜻 그대로 정말 처음이었는지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첫'.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첫 여행은 아버지와의 단양 여행이었다.
아버지는 여행을 가자며 지도를 펼치곤 새빨간 프라이드에 나를 태워 단양으로 향했다.
"분명 이 길이 맞을 텐데" 하시며 그리 많이 돌아가지 않고도 단양에 도착했다.
나는 가야 할 곳만 쏙쏙 여행시켜 주는 그를 슈퍼맨 보듯 올려다보며
지도 보는 법을 여쭈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지도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남쪽으로 가려면 밑을 향하면 된다고 했고,
서쪽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쭉 가면 된다고 했다.
가령 이 동굴은 동쪽에 있으니 지도에서 오른쪽을 따라 쭉 가면 된다고.
"영욱아, 쉬워. 목적지가 있으면 방향에 맞게만 쭉 가면 되는 거야.
그러다 보면 이정표가 나온단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첫 여행을 기억하며, 그의 곁을 벗어나 사회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를
떠올려본다. 무언가에 쫓기듯 조급하기는 한데 이 길이 맞는가를 몰라 더 달려야 할지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허둥대던 나의 초라한 청춘.
성인이 되어 내디딘 발걸음의 끝이 아버지처럼 멋있는 도착이기를 바랐다.
거시적인 방향만 있고 불안하기 짝이 없던,
샛길이 난무하고 꼬불거리는 비포장도로가 잦던 나의 길에서도
멋지게 목적지를 찍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다.
조금은 돌아가고 우왕좌왕해도 결국 도착해서 콧대를 스윽 쓸며
이것 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때의 어린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버지가 꼬마였던 나에게 알려준 대로 우선 목적지를 향해 쭉 가면 된다는
진부한 응원뿐이다.
'잘 가고 있는 거겠지? 너무 느린건 아니겠지?'
따위의 생각에 사로잡히는 날엔 이 말을 떠올린다.
도착하려는 방향으로 쭉 가다 보면 이정표는 나오기 마련이라는 그 말.
시작을 앞에 둔 당신에게, 아직도 출발점을 맴돌고 있을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일말의 응원이다.
너무 걱정 마셔라.
삶의 이정표는 나오기 마련이니 그대로만 나아가셔라.
*정영욱의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