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소홀했던 시간만큼 다가올 이름 모를 순간들이
어여쁜 의미로 가득 채워질 수만 있다면야
지금껏 외로움이 배웅해주었던 수많은 걸음들이 못내 아픈 기억만은 아닐 텐데.
누군가에게 따뜻한 한 명의 사람으로 기억되는 일,
내 유년 시절의 허전함을 채워주기에 그것만큼 알맞은 위안이 또 있을는지.
내 선택에 대한 결과를 온전히 스스로 책임지는 것,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나 버거운 일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나 하나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마음 속에 빈 곳을 가진 채로 살아갈 터인데
다만 그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채울지 하염없는 욕심으로 채울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어찌됐든 우리는 물음을 가진 채 살아가야만 한다.
이따금씩 그 뜻을 헤아릴 수 없는 물음들로 말미암아 울리기도 하고,
답을 알 수 없는 답답함과 공허함 속에 길을 잃기도 할 테지만.
어쩌면 성장이라고 하는 일은 내 안의 비어 있는 공간에 대한 회귀와 같다.
자고로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
물음을 가진 채 나아가면서 길을 잃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면서,
조금씩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조금씩 눈물을 보이는 횟수가 줄어간다.
다만,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하여 울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은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며 소리 없이 우는 법을 깨달아가기 때문이다.
조금씩 대부분의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소극적이지만 나를 지키는 방법을 알아간다.
그럼에도 내 안의 물음은 잃어버리지 않을 것, 마음의 등대는 끄지 않을 것.
인생에서 답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물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보단, 왜 가야만 하는지가 우리의 행동에 더 큰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김민준의 <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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