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 하나가
우연히 손에 쥔 그것이
어쩐지 소중히 여겨지는 날이 있다네
막 수염이 나기 시작한 그 소년도 어느 날
그리 흔한 동전 하나에 연연하게 되었지
마른 빵 하나 값을 치르기도 부족한
동전을 거슬러 받고는 그것이 그날의
모든 운수인 양 놓지 못했다네
손에 쥔 하나를 아침부터 놓지 못했어
형들은 씩씩해서 곧잘 절벽에도 오르고
힘이 센 아버지는 날카로운 도끼를 만지는 목수
아름다운 어머니는 부엌에서 종일 불을 다룬다
동전을 쥔 소년의 손에 땀이 흐르네
식탁에서도 변소에서도 그것을 놓지 못해
여리고 하얀 주먹이 나쁜 냄새를 풍겼지
형들이 다 눕고 아버지가 코 골고
어머니마저 잠들자 이불 밑에서 소년이 속삭인다
'내가 우리의 행운을 지키고 있었어요.'
우연히 손에 쥔 동전이 어쩐지 소중한 날
마른 빵 하나 값을 치르기도 부족한 동전을
거슬러 받고는 그것을 쥐고 잠든 날
이제는 그날의 모든 운수인 동전이
이제는 깊은 잠에 빠져버린 소년의 그 동전이
김상혁 시인의 <떨어지는 동전>
어릴 땐 그랬어요.
우연히 거슬러 받은 동전이
내가 태어난 년도와 같아서
행운의 동전이라 믿었던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죠.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찾던 그때엔
행운도, 웃음도, 행복도, 참 많았던 거 같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