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담근 김치를 들고 아버지가 오셨다.
눈에 익은 양복을 걸치셨다.
내 옷이다, 한 번 입은 건데 아범은 잘 안 입는다며
아내가 드린 모양이다.
아들아이가 학원에 간다며 인사를 한다.
눈에 익은 셔츠를 걸쳤다.
내 옷이다, 한 번 입고 어제 벗어놓은 건데
빨랫줄에서 걷어 입은 모양이다.
윤제림 시인의 <가족>
예전에는 가족끼리 네 것과 내 것의 구분이 모호했습니다.
형과 언니가 입다가 작아진 옷은 동생이 물려 입고
아이들이 크면 부모님과 옷도 신발이며 같이 입고 신기도 하고
언제부턴가 하나, 둘 내게 없어진다 싶으니
자식들이 어느새 이렇게 컸나 싶기도 하고,
어느새 누구에게 뭔가 줄 여유도 생겼나 싶기도 하고,
이게 가족인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