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책은 오감으로 읽을 것
저녁스케치
2015.10.19
조회 473
“책은 죽었다.
더 정확히 말해, 종이책은 죽었다.”
5년 전
미국의 한 저명한 미디어 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수년 안에 전자책이 종이책을 앞지를 것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PWC도, 2년 전 이렇게 선언하지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종이책의 종말”을 선언한 해는,
바로 올해, 2015년입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것이 가능하고,
지하철 안이든, 직장이든, 내밀한 침실이든,
어디나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은 사람들이 넘치는 요즘.
그들의 예언은 꽤나 실현 가능해 보였지요.
하지만 “종이책의 종말”을 예언한 2015년.
종이책은 꿋꿋하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니, 무섭게 성장하던 전자책은 매년 줄어든 반면,
종이책은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요.
미국에서는 문을 닫은 동네 서점들이,
하나둘, 다시 문을 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오네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우리 안에 여전히,
‘아날로그 DNA'가 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책은, 눈으로만이 아닌, 오감으로 읽는 거라고 말이죠.
사그락사그락, 책장을 넘길 때의 소리와 촉감.
책에서 나는 종이 냄새.
가끔 멈춰 밑줄을 그을 때의, 그 감촉과 머뭇거림.
그리고 같은 크기, 같은 무게의 전자책에 비해
저마다 다른 무게와 크기를 지닌 종이책은,
훨씬 더 다양하고 풍성한 느낌을 전해주지요.
과학적으로도 전자책보다 종이책으로 책을 읽을 때
책 속의 인물들에 감정 이입을 하는 폭이
훨씬 크다고 하네요.
차가운 모니터 안에 갇힌 글들은,
저 너머의 무엇이지만,
눈으로, 손끝으로, 냄새로 느끼는 종이책은,
현실 속에 존재하는, 그래요, 친구와 다르지 않지요.
아마도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전자책을 읽을 겁니다.
하지만 더 오랜 세월,
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종이책을 사랑할 겁니다.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이예요.
더 늦기 전에, 서점 나들이 한번,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