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도 갈색으로 마음 고쳐 먹는 가을
원경에서 근경으로 젖은 바람 불어온다
함께 걸어도 혼자가 되는
갈색 목소리가
외로움의 키가 몸보다 커서, 늘 목이 잠겼던, 목쉰 고독이 혼자 부르는, 플라타너스 잎잎을 갈색으로 적시다가, 발걸음도 발자국도 다갈색으로 적신다, 바람도 빗줄기도 목이 메이어, 다갈색 골목을 진갈색으로 따라와, 앞장도 서고 나란히도 걸으면서, 낙엽보다 낙엽답게 다저녁을 밝힌다, 불빛보다 서럽게 흐느낀다, 밟히는 낙엽 소리 젖은 촉감까지
다갈색과 진갈색을 섞바꾸는 키 작은 여자의
죽어서도 외로워
잠긴 목이 안 풀린 에디뜨 삐아프의.
- 유안진, '갈색 가을, 샹송의 계절에' -